차가운 욕조 위, 공안의 손이 한 청년의 머리를 누르는 장면. 그 청년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때, 영화 1987은 시작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첫 보고가 안기부에서 나온 직후, 영화는 곧장 다음 인물로 넘어간다. 책상 위 서류를 묵묵히 들여다보는 한 검사. 그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로 이야기는 계속 굴러간다. 1987은 한 인물의 영화가 아니다. 한 시대의 영화다.

영화 정보
| 감독 | 장준환 |
|---|---|
| 각본 | 김경찬 |
| 주연 | 김윤석 (박처원), 하정우 (최검사), 유해진 (한병용), 김태리 (연희), 박희순 (조반장) |
| 개봉 | 2017년 12월 27일 |
| 러닝타임 | 129분 |
| 장르 | 드라마 · 역사 · 스릴러 |
| TMDb 평점 | ⭐ 8.1 / 10 |
📌 관람 전 체크
1987년 6월 항쟁 실화 기반. 박종철·이한열 사건 배경을 사전에 살짝 인지하고 보면 더 깊이 잡힌다.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
〈1987〉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에서 제공 여부가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각 OTT에서 ‘1987’을 검색해 최신 시청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1987년 1월, 그리고 6월
영화는 1987년 1월 14일부터 시작한다.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사망한다. 안기부와 경찰은 사건을 “심장마비”로 덮으려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의심으로부터 진실은 새기 시작한다.
최검사(하정우)는 시신 부검을 강행한다. 한병용(유해진) 교도관은 진실을 외부에 알리는 통로가 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진상을 발표한다. 한 학생의 죽음에서 시작된 진실의 흐름은, 그해 6월 시민항쟁으로 이어지기 직전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영화는 시간순을 따라가지만, 시점은 계속 인물 사이를 옮겨 다닌다. 박처원(김윤석) 치안감의 시선, 최검사의 책상, 한병용의 교도소 복도, 그리고 학생 연희(김태리)의 일상까지. 1987이라는 시간이 누구에게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다층적으로 그린다.
다층 인물 구조의 힘
1987의 가장 큰 강점은 한 인물이 영화를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웅도 없고, 단일 시점도 없다. 박처원은 시대의 권력을 상징하지만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자기 신념에 따라 끝까지 가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최검사는 정의의 화신이 아니라 “한 사건에서 한 발짝 더 나가본 검사”다. 한병용은 영웅이 아니라 그저 자기 양심을 따른 한 명의 교도관이다.
그래서 1987은 “누가 옳았는가”의 영화가 아니라 “어떤 결정들이 모여 시대를 바꿨는가”의 영화가 된다. 그 결정들이 작은 손에서 시작되어 거리의 함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영화는 강요하지 않고 보여준다.
김태리가 맡은 연희는 영화의 가장 미묘한 자리다. 시대의 한복판에 있지만 처음엔 시대를 외면하는 인물. 그녀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이 영화의 정서적 축이다.
흥행과 평가
1987은 누적 관객수 약 723만 명을 기록했다. 시기상 한국 정치 환경이 격변하던 2017-2018년에 개봉, 사회적 화두와 자연스럽게 맞물린 영화로 자리잡았다.
평론에선 다층 구조의 절제된 연출에 호의적인 평가가 다수였다. 단일 영웅 서사를 거부하고 인물군상을 균형 있게 다룬 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영화로서의 긴장을 잃지 않은 점이 자주 거론됐다. 청룡영화상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등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 평론과 관객 반응
“한 사건이 어떻게 시대가 되는가”를 그린 연출이 평론 호평의 핵심이다. 한국 시대극의 정점이라는 평이 다수.
이런 사람에게 추천
- 한국 현대사 특히 1980년대 후반 에 관심 있는 시청자
- 다층 인물 구조의 정치 드라마를 선호하는 관객
- 김윤석·하정우·유해진의 연기 호흡을 좋아하는 사람
- 실화 기반 영화에서 단일 영웅 서사를 거부하는 작품을 찾는 경우
- 장준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궁금한 분
솔직 한마디
1987은 한 사건이 어떻게 시대로 번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거대한 결말이 아니라, 거대한 시작의 영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그해 6월 거리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관객 스스로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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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The Movie Database(TMDb) 제공이며, 영화의 권리는 제작사에 있습니다.
의외로 오래 남는
1987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거대한 시위 장면이 아니었다. 김윤석이 형사실 책상에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던 짧은 컷, 침묵 속에서 결정이 만들어지는 한 박자. 장준환 감독은 큰 사건을 작은 인물의 결단으로 해체해서 보여준다.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힘이다. 끝나고 며칠 동안 그 침묵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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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줄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본다는 건 무엇을 남기는가. 1987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의 작은 결정을 본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진짜 가치라고 본다.